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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너를 일깨우는 삶 +

한국의 책은 왜 비쌀까. 국민의 독서를 저해하는 국가.

by 나무단아 2020. 7. 5.

내가 좋아하는 일요일 풍경. 듣고 있는 재즈 음악은 사진으로 담을 수 없어 아쉽다.

이제는 밤을 새워 늦게 자지도 않고(아니 못하고?), 일요일에도 아침 8시면 눈이 떠지는 나이. 
일요일이면 12시까지 잠을 자던 20대의 내가 지금은 믿기지 않는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 무기력한 마음에 TV를 보지만, 더 무기력해지고 결국 소파에서 허리가 아픈 증세까지 발생한다. TV라는 것이 어르신들 말대로(아니면 나도 이제 어르신?) 바보상자가 맞는 건지, 보는 내내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영상에 이끌려 가는 나를 발견한다. (가끔 뉴스를 보며, 악의적인 말을 내뱉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예를 들면 부모의 학대로 가출한 어린 아이 뉴스, 애견호텔에 맡긴 말티즈를 때려 피멍이 들게 한 점주 등) 

그러다 좀 조용해 지고 싶어, 하루종일 틀어놓던 TV를 끄고, 유튜브에서 '까페 음악'을 찾아 블루투스에 연결하고 집에 사 놓은 책을 읽어 본다. (책을 도서관이 아닌 내 돈주고 사야 하는 이유. 막상 갑자기 책을 읽고 싶을 때 집에 책이 없다.. 전자 도서는 뭔가 내키지 않고 책 냄새와 종이를 만지고 싶을 때)
다행히, 몇권의 책이 보여 한 10분만 읽어도, TV라는 놈과 있을 때와 달리 나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글을 보며, 그대로 따라가기도 하지만, 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고 나의 의견이 모아지기도 한다. 

책은 이런 것이다. 
나의 의견을 가지게 만들고, TV 앞 누워 있던 '나'라는 물건을, 아니 사람을 일어서 머리를 쓰게 한다. 
나의 목소리를 내고, 고민을 하게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쓰게까지 하였다!!

외국에 나가면, 책이 참 싸다. 그리고 특히나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 책과 참 가까웠더랬다. 특별한 지식인이나 교육을 많이 받지 않은 사람도 영국인들은 책을 참으로 좋아해 신기했었다. 그래서 저들이 저리 문화예술 쪽에 재능인들이 많나.. 상상력이 풍부해 '해리포터'같은 책이 나왔나 싶다. 실제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나 우리가 읽는 고전명작소설 대부분이 영국에서 온 것들인데 영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한국에서는 모두 '미국 것들'로 오해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영국에서 그 많은 책들과 그 책들을 읽는 사람들을 보며, (심지어 누추해 보이는 자들도 책들을 끼고, 노숙자들도 길바닥에서 책 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나의 개인적인 인식일 지 몰라도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나는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았던 중산층 부모의 밑에서 첫째로 자라며, 책에 참 목말라 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책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초등부 고학년 부터는 도서관을 정말 많이 애용했고, 그보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 부모님은 나를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책동냥을 꽤나 많이 하고 다니셨다. 

우리 큰고모 집은 내 기억으로는 꽤나 부유했는데, 친척 언니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 놓여진 전집을 보며, 늘 부러워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고모가 흔쾌히 박스에 책을 가득 담아 주시던 때는 설레임에 집에 가는 내내 참 행복했었다. 

책을 맘껏 산다는 것이 어려운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지라, 성인이 되어 첫 취업을 하고 나서야 한권, 두권 ..월급날이 되어서야 나의 일종의 한달의 보상처럼 사 모을 수 있었다. 그것도 많이는 아니고 딱 두권씩만.

그래도 보통 서점의 책들이 13000원~중반대 혹은 18000원도 있다. 두권에 대략 3만원.. 한권 더 사고 싶다면 무려 4만원 중반대를 써야 한다.. 사회 초년생에게 5만원 가까이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재작년이었던가. 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고 했다.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는데, 소비자에게 책을 산다는 것에 더 많은 돈이 들게 되었다. 난 소설책도 많이 읽고 싶었지만, 결말을 아는 한번 읽고 말 소설책을 그 돈을 주고 사 볼 수는 없었다. 정말 필요하거나, 지식적으로 유용한 책만 서점에서 사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 것일까. 
실제 한국인의 독서율은 매우 저조하다. 나는 이 원인이 높은 한국의 책의 가격이 큰 원인이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다. 나처럼 다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의 표지나 두꺼운 종이는 중요하지 않다. 인테리어 용품도 아닌데. 

물론 책표지가 예쁜 책을 모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 표지를 두껍고 번쩍번쩍하게 만드는 대신 책값을 7,8천원 대로 만들어 주어 많은 책을 살 수 있게 되면 더 좋겠다.

나는 책을 퍽이나 좋아하지만, 출근길 가방에 넣어가지는 않는다.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한국의 책은 외국의 원서들보다 퍽이나 무겁고 크다. 그만큼 책값이 비싸니 두껍고 좋은 종이를 사용해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므로 책의 접근성과 휴대성은 50%이하로 감소한다. 

외국의 책들은 어떨까. 좋은 재질과 화려한 표지보다는 책의 내용에 집중한 것이 다수다. (물론 소장용 양장도 있다)
아주 얇은 재활용 페이퍼에 무게도 두꺼운 책에 비해 너무 가벼워 이게 책이야?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 만큼 가격도 아주 저렴하여, 몇 권을 사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 

오늘 집에 꽂힌 책들을 돌아 보며, 책을 더 사고 싶다는 충동이 듦과 동시에 인터넷 서점에서 보이는 책들의 가격에 확 욱하는 충동이 든다. 왜 이렇게 다들 비싼 거야. 빵 가격이 뉴욕, 도쿄, 런던보다 비싸다는 한국 물가 속에서 책만큼은 좀 저렴하면 안되나??! 라는 생각에 욱욱한다. 내가 제일 폐지를 원하는 것이 '도서정가제'와 '대형마트강제휴일'이다.

예전에 전두환 시대에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칼라TV 보급"과 "프로야구 도입"을 지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국민의 주체적 사고를 멈추게 하고,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려 하는 것인가?"라는 반문이 든다. 대체 언제까지 저런 겉핥기 식의 정책을 펼 것인가. 저 두가지만 봐도 현재 이 정권이 얼마나 안일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지 알 수 있다.

그저 모면하기 식 정책.
동네서점이 죽는다 하니, 모두 똑같은 가격에 팔아라.
--->소비자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권리는?, 자유시장 경제의 논리는?

재래시장이 죽는다 하니, 그럼 주말에 대형마트 문을 닫아 재래시장으로 오게 하라.
----> 일요일에 대형마트 문 닫는다고, 재래시장에 가나요? 재래시장의 불친절과 손님기만 위생 문제는?

정말 이런 식으로 자유경쟁을 무너 뜨리고, 안일하게 피상적 문제에만 집중하니, 아마추어 정치 얘기가 나오고 공산주의 얘기가 나온다. 

서민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명품을 싸게 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먹고 싶은 우유, 식료품, 그리고 책 기본적인 권리를 갖고 유지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많은 것이 먹먹한 요즘. 한국의 책이 제발 가격과 허세에 집중을 그만하고 실용성을 생각하는 자세로 돌아 오면 좋겠다. 
국민이 독서할 권리. 그것을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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