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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너를 일깨우는 삶 +

아직도 극복 못한 '자존감'에 대하여

by 나무단아 2020. 7. 12.

코코와 간 첫 제주 여행 '최고의 순간' -산들바람, 좋은 책, 나의 코코와 함께 우리 모두 평안했던 그 시간. (+제주 맥주)

 

인생은 '깨달음'이라고 했던가. 결국 생각하고 보니 부족한 나의 모습일 뿐이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거의 2~3일을 문득문득 자존심 상하고 불쾌한 일로 떠올라 기분 나쁘던 일이 
다 마른 빨래를 접으며 생각의 방향을 아주 조금 틀어 생각해 보니,

'타인'이 아닌 '나의  부족함'이었다. ...
깨닫고 나니 '타인에 대한 원망' 없이 내 자신이 또 한없이 부끄러운 것 같다.. 아직 멀었구나...

지난 주 금요일 우리나라 메이저 대기업에서 1차 면접이 있었다. 사실 국내 기업은 가고 싶지 않아서 그냥 면접 연습이나 하고 오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갔지만, 그래도 나를 '프로페셔널'하게 보여 줄 '제일 좋은 정장'을 꺼내 입고 갔다. 

'수평적 문화를 지향하는 회사'라고 면접 이메일에 소개 하더니, 건물 외관도 멋있었지만, 안에 들어가니 내가 구글 사무실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와 직원 시설물에 감탄하며, 면접이 아닌, 구경하러 온 사람 마냥 두리번 거렸다. 

'코로나로 정문은 폐쇄'되었다는 글에 따라 다소 높은 언덕을 올라 뒷문으로 들어서니 보안요원이 앉아서
'이리 와요 이리' 라고 마치 잡상인 처럼 불러 세웠다. (그 분의 목소리가 내게 그렇게 들렸다. )
최근 코로나 사태로 보안 요원이 문앞에 서서 불러 세우는 건 흔한 일이지만, 
그 사람은 멀찍이 앉아 손짓으로 휘휘하며, 이리 오라는 것에 멀뚱멀뚱 다가가 체온을 쟀다. 

그리고 들어가려 리셉션을 찾아보니, 바로 보여질 줄 알았던 리셉션이 보이지 않아 보안 요원에게 다가가
"여기 리셉션이 어딨어요? 라고 물었다. 
짜증이 가득하여 "네?리셉션이 뭐에요? 없는데요?"
나: "리셉션이요. 리셉션" (안내 데스크라고 했어야 했나 싶다..)

두리번 거리다 바로 앞에 다소 작은 데스크로 있는게 보였다..... 이런 큰 규모에 걸맞지 않는 작은 리셉션...
면접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소 촉박하여 3층 접견실 방문 왔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리셉션 안내 여자는 다소 까칠하게 "신분증 주시고 작성하고 방문증 가지고 올라 가세요"
입구에서 방문증을 찍고 들어가려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이쪽에 대 보고 저리 대 보고 하니, 데스크 여자가 소리 치며, 왼쪽으로 가세요. 하였다.. 

3층 접견실에 가니, 고요하지만 잘 정비되어 있는 커피 머신들, 엄청 비싸 보이는 소파. 음. 역시 대기업이군. 하며 구경하다, 면접 전에 화장실을 갔다 가는게 좋을 거 같아서, 이번엔 접견실 데스크 여자 분에게 "화장실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 여자 분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손으로 왼쪽을 가리켰다. 돌아 보니 보이는 것 같은 화장실. ..

- 면접은 가벼운 맘으로 봐서 긴장은 1도 없이 끝났다. 대기업이었지만, 최근 면접 봤던 성남의 중소기업과 면접 수준은 똑같았다... 단지 면접관의 표정이 좀더 여유롭고 때깔좋은 '대기업 부장'처럼 보였다는 것과 내가 본 면접 장소가 삐까뻔적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대체 업무 관련 면접을 보는데 "술은 얼마나 마시냐" "회식은 다 갈 수 있냐" 가 왜 나오는지. "야근비 못 줘요"도 똑같았다. 역시.. 국내 기업은 나와 안 맞는 것 같다..
10년의 경력 중 신입 때 약 2년만 국내기업이었고 8년은 모두 외국계에서 근무를 했다. 국내 기업 문화는 너무 다르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국내기업. 대체 일을 시키면서 야근비 안 준다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지? 니 눈에는 내가 봉사활동 면접 보는 거로 보이니??? 일을 시키면 그 댓가를 줘야 한다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짜증이 나는 면접을 거의 한 시간 정도 보았고, 그 불쾌했던 1층 안내 데스크 쪽의 출구로 나오려는데, 방문증이 또 읽히지 않았다. 이쪽 대 보고 저쪽 대 보고, 고개를 푹 숙이고 절대 쳐다 보지 않는 안내 데스크 여자 분을 불러봐도 답하지 않았다.... 보이는 출구마다 다 찍어대고 있는데,, 그 여자 분이 봤는지 한쪽 문을 열어 주었다.. 쳐다 보니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뭘 하고 있다.. 열어 주었으면 열어 주었다고 대답해 주면 좋았을 것을.......
출구로 나오는데 아까의 그 보안요원이 앉아 있었다. 눈도 마주치기 싫어 핸드폰을 보고 걸으며 출구를 나왔다.

집에 돌아오고 토요일부터 그냥 문득 문득 보안요원과 리셉션, 3층 접견실의 안내데스크 여자가 생각이 났다. 

그 사람들의 무시가 기분이 나빴다. 내 행색이 초라했나? 그 더운 여름에 제일 좋은 자켓을 입고 갔는데?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별거 없는 사람으로 보였나? 화장과 머리가 촌시러웠나? 그들이 무시할 만큼?? 옷을 딴 걸 입고 갔어야 했나? 그냥 문득 문득 그들의 표정이 생각나고 주말 내내 기분이 나빴다. 
무시당한 것 같아서.

안 좋은 버릇 중 하나가, 기분이 나빴던 것을 떠올리며 곱씹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나의 주말을 망치고 있었다... 내 스스로가. 

더위도 사라지고, 코코와 운동하기 딱 좋고 다음주 면접이 3개나 잡혀 있는 이 기분 좋아야 할 주말에 
나는 관심도 없는 회사의 '그들'을 곱씹으며, 
내 스스로 나의 '완벽한 주말'을 망치고 있었다...

그러다, 수건을 개며 또 버릇처럼 생각하다 '살짝 분노가 일었다' 멍청한 것들. 지들이 뭘 안다고. 그러다 스르륵 수그러 들었다. '멍청한 것. 너 스스로 자존감이 없기 때문이잖아.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나에게 한 얘기였다....

내 스스로가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설사 그들이 나의 행색 때문에 무시를 한 것일지라도 나는 불쾌하거나,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완벽한 이 주말을 그저 한번 보고 말 그 불쾌한 표정의 '고깃덩이'들이 망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인데. 

몇번의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연인관계, 사람과의 관계에서 끝나는 허무함에 나 자신을 탓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주 아주 많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었다. 그러기까지 아주 많이 오랜 시간이 지났고, 나를 탓하고 좌절한 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깨달은 건, 
'그건 그 사람의 일' '나는 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끝내는 것도 그 사람의 일. 
나는 개념치 않고 '나'로 존재하면 된다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끝'으로 정의한다고 하여, 
나는 곧 버려질 폐기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데, 

왜 나는 상대의 정의에 굴복하여, 상대에 의한 '나'로 만들어지는가.'
나의 정의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자존감은 상대가 아닌 내가 높이는 것인데.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저런 일로 불쾌해하고 곱씹는 나를 보니, 참. .. 아직도 멀었구나.. 

나를 좀 더 가꾸고, 더 당당해지는 데 노력해야지. 
오늘도 한가지 또 배운 것이고, 더 단단해 지는데 일조하는 작은 사건이라 생각하자. 
한 방향으로 곱씹는 것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기. 
그러므로 '답을 찾다'.

더 높아진 자존감이 높은 여성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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