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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너를 일깨우는 삶 +

계룡산 가는 길 (+ 무거운 마음에 끄적끄적)

by 나무단아 2021. 2. 14.

설 연휴를 맞아 그리고 자동차가 생긴 기념으로 조금 더 많이 다녀보기로 했다.
주변을 검색하니 계룡산이 보였다.
국립공원이라 강아지는 들어갈 수 없을 거 같아 입구까지만 잠깐 갔다 와 보자.. 라는 생각으로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연휴임에도 도로는 막히지 않았지만 계룡산이 다가올 수록 길게 줄을 선 차들.
다들 산을 보러 숨을 쉬러 자연에 파묻히려 가는 행렬들이었다.
우리는 꽤 많은 이들이 휴가엔 자연의 품에 안기려 한다
쉴 수 있고 편안하고 아름답다.

긴 행렬을 보니 나도 그 멋지다는 계룡산이 가까워 진듯해 설레었다.
그리고 힐끗 옆을 본 순간...
저게 뭐지 ..
거의 사람 크기만한 ... 아니 사람이 옆으로 누워 있는 듯이.. 고라니가 도로 옆 씽씽 달리는 차들 사이 외로이 누워 있었다....
꽤나 통통하고 배도 불룩했는데... 새끼를 벤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 모습이 왜 이렇게.. 아이러니.. 하던지..너는 왜 이 도로에 내려와서 이렇게 많은 차들 옆에 외로이 누워 있는지.. 안타까웠다...

그리고 문득.. 참.. 세상이 이상해 보였다.
이게 바로 아이러니인가...
자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자연(고라니를)을 죽였다...
생명의 어머니에 품에 안기려 가다
생명을 죽였다...
.
.
이래도 되는 걸까..
모든 것을 보살피고 안타까워 하기엔 나도 그저 먹고 살기 바쁜 직장인.. 나 조차도 그 자연을 찾아 가는 긴 행렬의 한 인간...
.
차에 치인 고라니를 보고 계룡산에 도착하니.. 마냥 즐길 수 없어 한바퀴 휙 돌고 돌아와 버렸다..
우리나라처럼 전국의 산을 사람에게 모두 개방한 나라가 없다 한다..
우리나라도 분명 산짐승과 야생동물이 누비던 곳이었을 텐데... 그 많던 동물들은 이 나라에 이제 어디에 가 있을까...
어린 시절 아빠와 산에 가서 "고수레~" 하시며 김밥을 뿌려 주시던 아빠에게 "아빠 아깝게 왜 버려!" 소리 친 적이 있다.

꽤나 엄하고 무뚝뚝하던 아빠는 우리 할아버지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 못먹던 시절에도 산의 동물들을 위해 배려하신 행동을 하시며 보이지 않는 산짐승들을 위한 것이었다...

지금 고수레.. 를 해 주는 아니 산짐승 먹이를 신경 써 주는 이 있을까....
산에서 먹이를 찾아 내려온 멧돼지 엄마 아빠 새끼들이 사살돼 신문 사진에 보란듯 찍힌다.
이 무서운 동물을 봐라..
거기엔 배고픈 동물이란 없다. 한가족의 아픔은 없다.
"그저 산에서 인간세계에 내려온 난폭한 외딴 것"이라고 말할 뿐.

오늘은 산도 말을 해 주면 한다..
고라니도.. 멧돼지 가족도 ..
"우리 아파요." "우리 배고파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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